일제강점기 문화재 실측 및 수리 도면 일괄, 총 94장의 도면을 수원화성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다. 건축 도면이 문화유산으로 등록된 첫 사례이다. 1902년 세키노 타다시(關野貞)가 우리 건축에 대해 조사를 시작한 후 조선총독부와 산하기관에서 작성한 도면들로 추정된다. 일본인은 서양식 제도 기법을 사용하여 해당 도면들을 그렸다. 이 유산에는 수원 외에 서울과 경주의 고적을 대상으로 한 도면들로, 당시의 고적 수리와 훼손에 대한 현황과 과정을 알 수 있게 한다. 현재 국가기록원에 소장 중인 고적(古蹟)의 실측과 수리 관련 도면 262장과 함께 일제강점기를 이해하는 데 주요한 유산이다. 그들이 우리의 것을 어떤 시각과 태도로 다루었는지 볼 수 있다. 

수원

• 수원화성 팔달문
  ｢수원 팔달문 성곽입구문 취훼보수공사 설계도｣는 1929년 3월 훼철되기 이전에 제작되었다. 옹성을 철거하는 과정에서 단면을 절단하기 위한 현황 실측 도면이다. 팔달문의 원래 옹벽에 대한 정보뿐만 아니라 일본의 조선 고적 훼손 정도를 알 수 있다.

• 수원화성 화홍문
  ｢수원 화홍문 기타 복구공사 설계도｣는 국가기록원의 「수원 화홍문 배치도」와 짝을 이루어, 당시 화홍문의 형태를 알 수 있는 중요 자료이다. 당시 화홍문은 수해에 의해 붕괴되어 복구공사가 필요했던 상태였다.

서울

• 광화문과 경복궁
  30장의 도면 중 대부분은 광화문에 관련된 도면이다. 광화문의 출입구가 있는 육축부분과 천장, 초석, 상부 문루와 문 앞 도로를 그렸다. 다양한 도면들은 기존 도면자료가 많지 않았던 상황에서 일제강점기 당시의 광화문을 알 수 있게 하는 중요한 사료이다. 이들은 1926년 조선총독부청사를 완공하고 광화문이 청사 건물을 가린다는 이유로 경복궁의 동북쪽으로 옮기는 작업 과정을 진행했는데, 해당 도면들은 이 과정의 것으로 판단된다. 이축 후의 도면에는 월대가 생략되고 중학천이 표시되어 있다.
  이외에는 경복궁 북쪽 건물(집옥재)과 집경당에 대한 수선 도면, 궁내 신축된 조선총독부 시정5년기념 조선물산공진회 미술관의 입구 사자장식 공사 도면이 있다. 해당건물은 광복 후 학술원으로 한동안 쓰이기도 했었지만 현존하지 않는다.

• 흥인지문
  흥인지문의 이명 동대문으로 명칭이 기재된, 보수를 위한 설계도면 2장이 있다. 주변에 보호 목책을 세우기 위한 도면이다.

• 박문사
  1932년 서울 중구 장충단 공원(현재 신라호텔 영빈관 자리)에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를 신격화하는 시설인 박문사(博文寺, 伊藤公追福寺院)를 건축했다. 이를 위한 설계 도면인 해당유물들은 1931년 작성되었다. 원래 장충단은 고종황제의 명으로 명성황후시해사건에 피살된 관리 등을 추모하는 제단이 조성된 곳 이었는데, 이곳에 이토 히로부미 사원을 마련한 것이다. 이 24장의 설계도면으로 1930년대 일본의 사찰 건축 정보를 알 수 있다. 기초와 주요 구조부에 철근 콘크리트를 사용하고, 기와지붕 아래 철골구조를 사용하였다. 또한, 조선의 건축을 이축하여 활용하기 위한 내용들도 확인할 수 있다.

경주

• 불국사
  불국사 관련 도면은 29장이다. 이들 중 3장은 국가기록원의 󰡔일제시기 건축도면 해제II󰡕에 수록된 청사진의 원도로, 모두 1918년 수리작업을 위해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 외 경내 전각 수리를 위한 도면들이 있으며, 작성연도는 1918년과 1924년, 년도 미상인 것이 혼재되어 있다.

• 백률사
  경주 백률사 대웅전 추녀부분 지지를 위한 기둥설치 도면으로, 원도와 청사진을 모두 갖고 있다.

• 첨성대
  첨성대 주변으로 보호 목책을 세우기 위한 도면이다.

• 석빙고
  실측과 수선공사 내용을 기록한 도면이 각각 있다.

기타

• 무제1, 2
  제목이 없는 도면이다. 1929년 조선박람회 당시 광화문 도면으로 추정한다. 1929년에 조선박람회의 사진첩에서 확인되는 광화문의 모습과 도면이 유사하다.

[자료출처]

• 경기도등록문화유산 등록 심의보고서, 2021, 경기도
• 국가유산청 국가유산포털 누리집(여기)
• 수원화성박물관 누리집(여기)

[참고문헌]

 - 『일제시기 건축도면 해제 II』, 2009, 국가기록원

 - 전봉희, 「국가기록원 소장 건축도면 – 일제시기 건축도면의 해제작업」 『건축역사연구』제18-2호, 2009, 건축역사학회

 - 『마음으로 그린 꿈 역사로 이어지고-도면에 담긴 우리건축』, 2011, 수원화성박물관

 - 「사진, 화성을 만나다」 『백년의 여정』, 2010, 수원화성박물관

 - 「팔달문 수리공사와 건축의 변화」 『팔달문 가까이 늘 우리 곁에』, 2013, 수원화성박물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