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 장암리 마애보살반가상(利川 長岩里 磨崖菩薩半跏像)은 보물 제982호로 소재지는 경기도 이천시 마장면 서이천로 577-5이다.
이 보살상은 이천 설봉산성 서쪽 길가의 평지 가람터에 전해오는 고려시대 보살상으로 옛날부터 이 곳은 ‘미륵바위’라고 전해오고 있다. 마애불상의 뒷면에는 ‘(太平興國六年辛巳二月三日元□□道俗香徒……(태평흥국 6년 신사 2월 13일 원□□ 도속의 향도…)’라는 명문이 새겨져 있어 981년(태평흥국 6년)에 도속의 향도에 의해 조성되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 보살상은 보관의 중앙과 양쪽에 뾰족하게 올라온 원통형 관을 쓰고 있고 방형의 얼굴에 오른손으로는 지물을 들고 있으며 왼손은 다리 위에 올려놓았다. 보살상의 자세는 반가좌로 오른쪽 다리를 아래로 내려 연화좌를 딛고 있으며 왼쪽 다리는 오른쪽 다리 위에 얹은 상태로 다리 밑에는 빈 연화좌가 새겨져 있다 전체적인 조각기법은 두부를 제외하면 저부조이고 부분적으로는 선각기법을 사용하여 다소 지방화된 양식의 치졸함을 보이며 비교적 섬세하게 조각된 양 손도 작게 표현되어 비례면에서 어색하다.
그러나 이 보살상의 형식은 당말오대이래 북송으로 이어지는 중국 10세기의 불교미술에서 유행하던 도상이 고려의 중부지역에 전래된 것을 알려주는 중요한 예라고 생각된다. 우선 이 보살상의 표현상의 특징으로서 원통형에 가까운 고관에 반가의 자세를 하고 손에 지물을 들고 있는 형식은, 당 말부터 나타나기 시작하여 오대를 거쳐 송대에 크게 유행한 표현이다. 존상의 명칭에 따라 대좌형태나 지물, 보관장식 등에서 부분적으로 다소 차이가 있으나 오대·송초의 불교미술에서 널리 표현되던 형식이다.
특히 이 보살상에서 주목되는 것은 오른손에 들고 있는 지물과 보관의 장식이다. 이 보살상의 지물은 얼핏 연꽃처럼 보이지만 넓은 주걱같이 생겼는데 이것은 중국에서 햇빛을 가리는 의장인 단선으로 깃털같은 것이 달려있는 것이다. 원래 인도 10세기 팔라왕조의 미륵보살상은 꽃잎이 깃털처럼 뾰족뾰족 올라온 커다란 용화수를 들고 있었는데 이것이 중국에 들어와서 단선의 형태로 표현되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보살상의 보관 중앙에 새겨진 장식은 둥근 원안에 단순화된 형태의 불탑을 새긴 것으로 판단된다. 미륵보살의 보관에 불탑을 표현하는 것은 팔라왕조 미륵상에 나타나는 표현으로서 북송대 미륵보살도에도 나타나고 있다. 그렇다면 장암리상은 인도 팔라시대 도상의 영향을 받은 북송대의 미륵보살상을 범본으로 제작된 미륵상일 가능성이 크다. 또 이 상을 조성한 도속의 향도는 이 일대에서 미륵을 신앙했던 승려와 신도로 구성된 향도였을 것이다.
최근 이 마애모살상의 주변지역을 발굴조사하여 보살상의 앞쪽에서 고임석 2매와 초석 3매, 적심, 기단석축 등이 확인되었으며, 이 마애상이 봉안되었던 전각은 전면 3칸, 측면 2칸 규모의 건물이었을 것으로 추정되었다. 그 밖에 기와편과 자기, 토기류 등이 수습되기도 하였다. 이 보살상은 고려 전기 10세기 후반의 확실한 기년명 조각으로서 당시 이 지역의 미륵신앙을 이해할 수 있는 귀중한 상이라고 하겠다.
(자료출처 : 『문화재대관(보물편·석조2, 개정판)』)
『(국보·보물) 문화유산을 찾아서-경기도, 인천광역시』
-
이천 장암리 마애보살반가상.pdf (151.2 K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