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평 현등사 동종(加平 懸燈寺 銅鍾)은 보물 제1973호로 소재지는 경기도 가평군 하면 현등사길 34이다.
이 동종은 원래 현등사의 본사인 남양주 봉선사에 봉안되어 있었던 것인데, 일제강점기에 현재의 현등사로 옮겨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종은 73.5cm의 아담한 크기로, 종신(鍾身)을 여러 개의 구획선으로 나누고 그 안에 연잎무늬, 당초무늬, 파도무늬 등을 화려하게 새겨 넣어 장식성을 강조한 범종이다. 두 마리 용이 서로 등을 맞대어 몸을 꼬아 만든 용뉴는 안정감을 주고, 두발을 힘차게 내딛어 천판을 들어 올리는 모습에서 역동감을 느낄 수 있다. 둥근 곡면을 이루는 천판에서부터 종의 입으로 내려오면서 조금씩 그 폭을 넓힌 종의 형태도 아름답다.
이 종은 고려 후기 연복사종에서 비롯된 중국종 양식을 따르고 있다. 특히 종의 중심부를 세 개의 융기선으로 구획하고 천판에서 종의 입 사이에 다양한 무늬를 시문하였는데, 작은 마름모꼴의 연곽에 구슬 모양의 연꽃봉우리라든가, 천판의 내림연꽃이 중앙을 향해 보상화문처럼 말려든 형태와 그 위로 표현된 구슬무늬, 종복(鍾腹)에 크게 자리잡은 역동적인 연화당초무늬, 그리고 하대에 표현된 물거품이 일렁이는 파도무늬 등의 장엄적인 요소는 1469년 작 남양주 봉선사 동종(보물 제397호)이나 흥천사명 동종(보물 제1460호), 그리고 1491년 작 합천 해인사 동종(보물 제1253호) 등 조선전기의 왕실발원 범종의 전통을 따르고 있다. 원래 이 종을 소장했던 봉선사 또한 왕실의 원찰이었기 때문에, 이전에 만들어진 궁중양식 범종의 여러 가지 요소가 반영된 것으로 이해된다.
종의 배 부분에는 반듯한 해서체로 주종기를 돋을새김하였다. 주종기는 1619년(광해군 11)에 천보(天寶)가 짓고 새기기까지 했으며, 종을 만들게 된 연유, 종 제작에 사용된 재료의 양과 무게, 발원하는 내용, 참여한 사람 등을 질서 있게 적었다. 주종장은 일반적으로 주종기를 작성한 천보로 보고 있는데, 그는 조선후기 승려 주종장(鑄鍾匠) 가운데 유일하게 임진왜란 이전부터 활동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어, 임진왜란을 전후한 시기의 승장의 계보나 범종의 양식 흐름을 파악하는 데 중요한 인물이다.
이 종은 1619년에 조선 전기 궁중양식 범종의 전통을 계승하여 제작된 범종이며, 주조상태도 양호하고 역동적이고 생동감이 있는 무늬들을 조화롭게 배열하여 범종에 생명력을 불어 넣었다. 이 종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조선후기 범종 연구에 중요한 자료이다.
(자료출처 : 문화재청)
『향토유적총람 : 시·군지정편』
『(국보·보물) 문화유산을 찾아서-경기도, 인천광역시』